[강대훈 칼럼] 런던 노팅힐 도로 구조와 공간 활력, 대전시 중구 동구 원도심과 유성구 어은동에 로컬의 라이프스타일이 정착하려면

저성장 시대, 도시 구조와 도시 경영

강대훈 대표 승인 2024.05.10 14:01 의견 0

런던 같은 도시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1세가 다시 와도 대영제국 시절로 되돌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쿄도 산업사회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는 메이지 시절로 되돌아가지지 않는다.

자유롭고 활기찬 영국 런던 노팅힐

이스탄불, 베를린, 서울 같은 고도는 개발과 성장보다는 성숙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개발로 인한 생태 훼손과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지금까지의 도시정책은 한계에 달했다. 현대 도시는 기존의 개발(Development) 중심 경영에서 유지, 관리, 운영(management), 재생에 따른 다용도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도심 활성화를 위한 강대훈의 1.7 법칙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도 해마다 많은 정책이 반복되고, 일부는 확대되며, 정책의 과잉이 발생한다. 한나절 도심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무엇을 헐고, 짓고, 올리고 있다. 그러나 새로 짓는 공공시설이 지역 경제, 시민의 라이프 스타일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 건설과 정책 행위는 무위해진다. 도시라는 유기체에서 new라는 생장은 필요하지만, 제인 제이콥스의 충고처럼 새로운 것들 이상, 도시는 재생되어야 하며 다용도로 활용해야 한다. 맥락에 벗어나는 시설, 효용이 적은 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복지의 빵을 헐어낸다.

​나는 그동안 100개 도시의 구조와 경제를 관찰했다. 광역도시에는 작은 경제가 풀뿌리처럼 얽혀 지역의 튼튼한 상권을 형성하려면, 적어도 1.7km 거리에 보행자 친화적인 도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공간 구조와 수리를 통해 경제적으로 도시를 경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쉽게 말해서 큰 돈이 들지는 않지만, 사람과 문화를 품을 수 있는 공간과 거리 사용법이다.

대전역과 옛 도청 사이의 원도심과 중앙시장은 노팅힐 이상 다채롭고 활기에 넘친다. 대전역에서 시작하여 도심으로 이어지는 공간구조 역시 노팅힐에 비해 손색이 없다. 그러나 노팅힐의 도로는 보행 전용은 아니지만 보행자 친화적이다. 강대훈의 ‘도시를 (재)창조할 수 있는 13가지 전략’에는 ‘1.7km 법칙’이 들어가 있다. 수평거리가 1.7km는 되어야 공간은 상권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그런데 이 1.7km은 반드시 보행친화적인 도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냥 자동차로 지나가는 도로는 지역 문화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해를 배출하며 지나만 다니며, 지역을 분절할 뿐이다.

도시 브랜드, 도시 재생에 필요한 스토리 파워

​대전의 중앙시장통, 대흥동, 어은동의 저녁과 주말에는 활력이 가득하다. 그러나 글로벌 다양성이 적고,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등장했던 노팅힐 같은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는 없지 않겠지만 회자되지 않고 있다.​​

대전에 부족한 이야기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대전에 실험 기업이 있다. 대전에 지속가능한 로컬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윙윙과 제이어스이다. 이들은 도심 상권인 원도심과 어은동에서 로컬 문화를 사업화하고 있다. 크리에이터와 함께 빵집과 살롱의 이야기를 플어 내고. 대학과 협업하여 상인회가 참여하는 브랜드 특강도 한다.

William Thacker(Hugh Grant) is a London bookstore owner whose humdrum existence is thrown into romantic turmoil when famous American actress Anna Scott(Julia Roberts) appears in his shop. (설명: PARK CIRCUS)

인천의 개항동과 걷는 거리가 없는 유성 어은동의 다른 것

충남대학교 건축학과와 학부생 동아리 ‘느린건축’ 팀과 ‘윙윙’의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제이픽처스, 스튜디오 우당탕탕이 유성구 어은동 및 궁동에 있는 로컬 브랜드를 발굴하고, 브랜드들의 ‘짝꿍’을 초빙하여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분투북스, 참새와 꽃게, 더랜치펍, 라빅커피, 쵸피, 세종시삼십분, 소소도시&제3양조, 퍼즐랩, 세상상회, 개항로프로젝트가 어은동을 오고 갔다. 그러나 어은동은 인천의 개항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문화와 라이프스타일과 상권은 공간에 담긴다. 인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였던 인천 개항지는 개항시대의 인력거와 자동차 몇 대, 그리고 걷는 도심을 온전히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어은동의 공간 구조는 아직도 자동차 중심이다. 위의 노팅힐 사진을 보자. 그곳에도 도로가 있고, 차량이 오고 가지만, 사람이 무단으로 도로를 오고 갈 만큼 차로조차 보행자 중심이다. 그래서 도시를 재생하려면 도로 구조부터 손을 봐야 한다. 그래서 유성구청, 유성구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은동을 걷는 도시로 재설계해야 한다.

​최근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김규용 교수와 링크사업단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전공의 교수, 로컬크리에이터, 유성구의회 의원, 유성구청 직원들이 함께 유성의 도시 활력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일본의 나가사키와 나오시마의 도시재생팀과 교류하고, 토론하고, 지구 설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

도시계획상 보행가로계획의 핫플레이스는 유림공원 앞 2갈래의 천(川)을 중심으로 월평동과 어궁동을 잇는 Bridge Square와 함께 도심지의 보행 동선을 차도와 분리계획하는 것입니다. (갑천 하늘길 조성 충남대 건축학과 김규용 교수 안)

나의 바람은 보행동선을 차도와 분리할 때 양편의 공간을 최대로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연남길 같이 선형공원이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갑천으로 이어지는 그린웨이가 된다. 이런 공간에서 로컬 문화는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도시에 대한 관심과 활동은 시민에게도 지역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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