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환의 골프이야기] 내기 골프 규칙

육동환 승인 2020.01.07 14:43 의견 0

Y골프장 목욕탕에는 특별한(?) 샤워 공간이 있다고 한다. 라운드 중 홀에서 ‘한 번도 못 드신 분의 위한 부스’로 내기(스킨스게임)에서 한 홀도 이기지 못한 골퍼를 위해 마련한 샤워 공간이다. “한 번도 못 먹은 것도 서러운데….”라며 화를 낼 법도 한데 누구나 이 문구를 보면서 빙긋이 웃으며 화를 삭인다. 적절한 긴장을 줄 수 있는 내기 골프는 ‘약방의 감초’라고 한다.

 

◆ 내기 골프도 진화한다.

최근 가장 보편화한 내기의 일종은 스킨스게임. 통상 4명이 5만 원씩 내면 20만 원으로 홀당 1만 원 빼먹기 내기를 한다. 만일 그 홀에서 승부가 나지 않으면 다음 홀로 스킨(1만원)이 쌓이게 되는 게임 규칙이다.

*고수의 독식을 막기 위해 나온 것이 ‘OECD’다. 처음 낸 돈(5만 원)만큼 딴 골퍼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로 비유한 것이 스킨스게임의 ‘OECD 룰’이다. 이때부터 OB를 내거나 벙커에 공이 빠지면 딴 돈(벌칙당 1만 원)을 다시 내놔야 한다. 3퍼트, 해저드, 트리플보기 이상도 OECD 국가에 주는 벌칙이다.

*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 바로 ‘오빠 삼삼해’ 시리즈다. 오(OB), 빠(벙커), 삼(3퍼트), 삼(트리플보기 이상), 해(해저드)는 OECD 국가에 내리는 벌칙의 기본. 여기에 ‘오빠 이상해’, ‘오빠가 이상해’, ‘오빠도 이상해’, ‘오빠가 보상해’, ‘오빠 나도 보상해’로 발전한다. ‘오빠 이상해’는 트리플보기 대신 더블보기 이상에 벌칙을 가하는 것이다. ‘오빠가 이상해’는 한술 더 뜬다. 일명 ‘가라스윙(연습스윙)’도 못하게 하는 규칙이다. ‘오빠도 이상해’는 도로 사용료(공이 카트 도로에 맞는 것)가 추가된다. 보기 이상에 벌칙을 가한 게 ‘오빠가 보상해’. ‘오빠 나도 보상해’로 가면 설상가상이다. OB, 벙커, 3퍼트, 보기 이상, 해저드, 나무, 도로 등 7가지(칠거지악)에 무자비한 벌칙을 가한다.

* 스트로크게임은 타수당 일정액을 타수 차이만큼 주는 방식이다. 십중팔구 하수가 고수에게 돈을 잃게 되는 규칙이다. 다만 하수에게 평균 타수 차이만큼 미리 핸디캡을 준다. 하지만 ‘배판(내기 돈을 두 배로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공정한 게임은 아니다.

* 하수에게 그나마 유리한 경기는 두 명씩이 편을 갈라 내기하는 ‘라스베이거스’이다. 매 홀 가장 잘 친 골퍼와 가장 못 친 골퍼가 편을 짜고, 나머지 두 명이 한 팀이 돼 힘의 균형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았을 때 통계적으로 등위로 편을 가르는 게 아니라 티샷한 공의 좌탄ㆍ우탄으로 편을 가르면 그나마 하수가 백차(돈을 하나도 못 먹는 것)를 면할 수 있다.

 

◆ 내기 골프에도 매너가 있다.

그간 경험으로 보면 내기 골프는 큰 부담이 되지 않게 5만 원 정도 내놓는 스킨스게임이 비교적 무난하다. 스트로크는 친한 사이가 아니면 삼가는 게 좋고 특히 지고 있는 쪽이 내기 중단을 선언하면 이를 수용하는 게 매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인 정서상 초청 골프에서 초청자가 싹쓸이해 가져가면 분위기가 어색해질 수 있어 경기가 끝난 후 상대방 기분을 봐 가며 적절하게 분배하는 것도 매너이다. 지나치게 자기에게 유리한 룰을 정해 상대방을 곤란한 상황에 몰아넣는 것도 신사적인 행위가 아니다.

돈을 잃는다고 해서 입을 꾹 닫고 있거나 괜히 캐디에게 시비를 거는 것도 매너에 어긋난다.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기 골프는 그날의 경비 범위에서 라스베이거스 게임이 무난하다.

겨울철에 연습장에서 실전처럼 열심히 연습하면 체력 향상과 시즌에 내기 골프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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