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단상] 雨水(우수)

염홍철 편집위원 승인 2020.04.09 15:16 의견 0

슬며시 봄이 왔네요

 

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린다는 말이 있지요.

우수와 경칩이 지났으니

당연히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오래전 이맘때 비가 오는 날 쓴 시가 있어

3월의 마지막 주말 아침,

그 시를 꺼내 보내드립니다.

 

 

雨水(우수)

        염홍철

차가운 나뭇가지에 매달린 바랜 잎새

마냥 슬퍼 보이더니

비 맞고 안개 감싸주니

하, 숨소리 나고 이파리에 생명 꿈틀댄다

빗물 창에 스미지만 숨 가빠 뚫지 못하고

그 소리만 몰래 방안 첼로에 화음 더해 준다

무반주 첼로 조곡, 내 가슴 휘젓지만

창에 맞아 흘러내리는 빗물,

그리움 되어 가슴에 스민다

오리나무도 젖고

첼로 소리도 젖었고

내 넋도 깊이깊이 젖는다

빈 몸의 겨울나무도 풍성해지고

맑은 날씨에 비껴 있던 첼로 소리

오늘 비에 묻어 애달더니

내 온 가슴 무아경에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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