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칼럼] 거울아! 거울아!

송은숙 승인 2020.04.10 13:25 의견 0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일곱 난쟁이와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는 거울을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으며 물어봤을까요?

 

제 핸드폰 사진첩에는 제가 참 많이도 있습니다.

사람을 즐겨 만나고 강의, 그리고 학교일을 하는 저로서는 제 컨디션을 정리해야 할 상황이 많습니다.

무심코 제 모습을 담아 봅니다. 화가 난 중년여인이 저를 쏘아 봅니다. 무섭고 소름이 오싹해집니다. 다시 미소를 짓고 셔터를 눌러 봅니다. 나를 향해 웃는 모습에 주름도 신경 써 보면서 잇몸을 덜 드러내고 우아한 모습, 당당한 모습을 지어봅니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핸드폰을 옮겨 보면서 셔터를 누르다 보면 스스로 재미있어 긴장이 풀립니다. 나의 상태가 사진으로 저장되네요. 그중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을 그날의 제 모습으로 정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최초로 사람은 편편한 돌이나 고인 물웅덩이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으로 보았을 겁니다. 자신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것은 유리의 발견 이후 거울의 등장이겠지요. 거울의 발전사와 문화의 발전사가 매우 유사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종종 뵈었어요. 자기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낳은 변화는 실로 엄청났을 겁니다. 외모지상주의를 파생시켰지만 거울에 비치는 상이, 나의 자아와 나의 가치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객관적인 검증 도구임을 알았기에 자기 발전을 위한 엄청난 노력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자신이 원하는 삶을 거울에 있는 나에게 먹여 봅시다. 하루 세끼를 육신에게 주듯이 우리의 마음에도 하루 세 번 이상은 좋은 양식을 먹여 봅시다.

세계 최고의 영업왕으로 기네스북에 12년 동안이나 오른 자동차 판매왕 조지라드는 늘 자신에게 이런 말을 먹였다고 합니다. “나는 내가 좋다! 나는 내가 좋다!! 나는 내가 좋다!!!”

입에 담긴 말들이 자신을 만들어 갑니다. 자신에게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말들을 먹이면서 오늘을 시작해보세요. 자신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아보세요. 가장 행복한 모습을 찾아보세요.

행복한 나의 모습을 오늘도 사진에 담아 보면서 가장 아름다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

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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