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칼럼] 눈꽃송이 한 개라도 완벽한 구조를 가졌다!

송은숙 승인 2020.06.08 16:10 의견 0

“선배님! 오늘 시간이 좀 있으신가요?”

“그럼!! 언제든 환영!!”

교사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가능한 시간과 아파트 동·호수를 남겼더니. 퇴근시간 한 시간쯤 지난 후에 노오란 튤립 한 다발을 들고 활짝 웃으며 들어섭니다. 반가움에 쑥떡과 보이차로 다과상을 마련하고 마주 앉았어요. 늘 예쁜 말투와 영롱한 눈빛으로 다정함의 극치를 이루는 후배와의 대화는 행복합니다. 딸만 셋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필자와 그녀는 자연히 화제를 아이들의 이야기로 옮겨 갔지요.

그런데 순간 영롱한 눈망울에 스치는 아픔이 느껴집니다.

여고생이었던 둘째 딸 휴학으로 일 년 동안의 방황. 아직도 사람들에 대해 거리감을 두고 삶에 의욕이 없는 딸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을 이야기하면서는 눈물이 쏟아져 내리네요. 먹먹해집니다. 한참 후 흐느끼던 그녀는 다음주에 딸과 다시 방문해도 될지를 묻습니다. 가끔씩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나누었던 내용들을 이야기를 했노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필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면서….

보낸 후에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20여 년의 교사생활과 16년간의 CEO생활로 수많은 아동과, 학부모와, 직원과, 고객들을 만나왔지만 정말 정답이 없는 것이 만남이라고 생각하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에 잠겨 봅니다.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우주를 만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인생의 큰 소용돌이 속에서 큰 문제들을 직면했을 때 진정으로 나를 만나주는 사람이 무척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실마리를 풀어줄 여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분이든 해결책을 물어보곤 하면서 좌절을 느낀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나와 그 상황 설명을 더욱 이해치 못하는 상대방을 보면서 먼저 해야 할 일이 나와의 대화임을 알아내곤 나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일기장이 필요했고, 하나님을 찾았고, 기도를 찾았고, 심리학 서적을 읽었고, 동양철학에 입문했고, 명상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리고 온전한 존재로 자신을 만나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칩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배우고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체험이 ‘만남’입니다. 하지만 만남을 가르쳐주는 어른들이 별로 없습니다. 날로 심해지는 경쟁 속에서 어떻게 하면 낙오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와 우승컵을 두 팔로 힘차게 들어 올릴 때의 희열을 느끼는 삶을 살라고 격려답지 못한 어설픈 격려를 많이 하곤 합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 춤 잘 추는 아이, 운동 잘 하고 발표도 잘 하는 아이로 규정시켜 놓고 그 수식어에 내 아이들이 들어가지 못하면 다그치는 일을 해온 것이 우리 어른입니다.

사람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자연이든 만나야 내면이 문이 열리고 ‘웅크린 자기’ 가 나옵니다. 만난다는 것은 ‘울림’입니다. 같은 파동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란 말을 사용합니다. 며칠 전 본 영상에 생후 40일도 되지 않은 신생아에게 부모가 눈맞춤을 외면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3, 4회 지속적인 외면을 받아본 신생아는 그 후 사람들의 눈을 계속 외면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살아갑니다. 아프게, 외롭게 내면에 갇혀서….

눈꽃송이 한 개라도 완벽한 구조를 가졌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육각형의 아름다운 신비한 눈 결정의 모양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지만 모두 다 감탄할 정도로 아름답고 완벽한 구조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눈꽃 결정의 크기와 모양은 그 주변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입니다.

비교적 온도가 높고 습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눈 결정체는 복잡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낮은 온도와 건조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눈 결정체는 단순한 형태를 이루게 된다는 과학적인 사실은 우리의 만남에 큰 울림을 줍니다.

교단에 다시 서면서 개성을 가진 순수한 영혼들을 만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온전한 존재로 자라도록 온전한 시선을 주십사 기도를 하곤 합니다. 더욱이 동양학 중 명리학의 조화로운 원리를 이해하면서는 더욱 더 간절히 기도합니다. 100% 자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단 1%라도 그런 마음으로 내 자녀를 대하고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각자 떠나게 되는 그 아름다운 지구 여행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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