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언론인클럽 자문위 출범에 붙여

한평용 명예회장 승인 2022.04.08 14:37 의견 0

언론을 시대의 거울이라고 한다. 매일 매일의 기록은 한 시대의 역사로 영원히 남는다. 언론은 사초(史草)를 기록하는 옛 춘추관의 사명과 같다. 사관(史官)은 임금의 명을 받아 역사를 기록하는 관리다. 청와대의 기자 편의공간인 ‘춘추관’이 이런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관들은 임금의 일거수일투족, 때로는 실언까지 소상히 기록한다. 임금도 사관의 기록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었으며 간섭하지 못했다. 사초는 쓰는 즉시 밀봉되어 사고에 깊숙이 저장되었으며 임금 사후 실록 편찬 때 개봉되었다.

임금은 살아생전 사초를 열람할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한 불만스러운 기록이 있을 것이라고 전전긍긍하면서도 춘추관에 사초를 열람해보자고 하지 못했다. 역사기록을 가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만큼 역사기록에 대한 준엄한 수칙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봉건사회에서도 언론의 자유만은 지키고 산 의연한 민족이다. 목이 잘리는 한이 있어도 할 말을 했고, 기록을 남겼다. 그런 연면한 의지가 지금까지 이어져 와 언론 정신의 주춧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 필자는 선배들로부터 기자의 자세를 얘기할 때 불편부당이니 억강부약이니 하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우리 선배들은 가난했지만 지사적 사명으로 기자정신을 발휘한 이들이 많다. 춘추관 사관 같은 사명감으로 일을 한 선배들이 많았던 것이다.

뒷골목에서 빈 주머니를 털어 소주를 먹으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독재와 싸우며 억압받는 국민들의 옹호자가 되기도 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해직 동료 기자에게 쌀을 사 주기도 했다. 우리 지역 언론도 이런 험난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은 산업이 고도로 발전한 가운데 언론도 멀티미디어 시대를 이루고 있다. 신문, 방송, 유튜브 등 각종 매체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전문기자의 부족과 언론 윤리 자정 기능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아직도 자유를 빙자한 일부 언론의 횡포, 그리고 일부 사이비 언론의 정의롭지 못한 평형을 잃은 보도는 사라져야 한다. 전문지식이 부재한 일부 언론의 기사는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목요언론인클럽은 41년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최고의 언론인 모임이다. 이번에 19명의 외부위원과 4명의 내부위원 등 모두 23명으로 자문위원회가 출범했다. 목요언론인 클럽의 오랜 숙원이 해결된 것이며 지역 언론 발전의 획을 그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지역 언론과 기업의 상생 발전을 도모하며 전문화 시대에 맞는 언론인 세미나 등 여러 사업 구상도 하게 된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제퍼슨의 명언은 신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불변의 명언이다. 언론이 살아야 역사도 살고 한 나라의 자유도 산다. 그리고 지역도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언론의 궁극적인 목표는 진리에 대한 무한한 도전이며 용기다. 우리가 사는 삶의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제도적 불합리를 제거하는 보도에 우선해야 한다. 이런 사명을 완수해야만 언론의 가치가 살며,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이번 목요언론인클럽 자문위원회의 출범을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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